[제주진로교육] 교육제도 변화와 행복한 진로설정
제주도는 전국 최초로 자유학기제를 전면실시한 지역으로, 진로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지역 중 한 곳입니다.
이러한 제주도교육청에서 발간하는 ‘제주진로교육’ 제 10호에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의 진로교육 관련 칼럼이 실렸습니다.
진로교육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국내 교육제도의 변화부터 진로설정, 진로지도 방법까지 진로교육에 전반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교육제도 변화와 행복한 진로설정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이사
Ⅰ. 교육제도, 진로교육 중심으로 변화
1. 본격적인 진로교육의 시작, 자유학기제
최근 교육제도의 변화 방향을 살펴보면 진로교육이 그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자유학기제로, 제주도는 2014년 2학기부터 전국 최초로 관내 모든 중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교육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토론, 실습 등 학생 참여형 수업운영과 다양한 진로탐색 활동 등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로, 2016년 전국 중학교에 전면 실시될 예정이다.
쉽게 말하자면,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찾게 하고, 폭 넓은 직업의 종류와 구체적 직업정보를 제공해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진로를 설정할 수 있게 돕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중학교 시기일까? 초등학교 시기는 진로교육에서 선택이 아닌 선호를 발견하는 탐색의 단계로, 다양한 가능성이 배제된 빠른 선호와 선택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반면, 선호가 어느 정도 뚜렷해지는 중학교 시기는 진로설정에 가장 적절한 때로, 중학교 시절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알고 진로를 설정하면 그 진로를 위한 고교선택 및 활동, 대학선택까지 그 직업에 도달하기 위한 설계와 교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유학기제 시행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본격적인 공부가 시작되는 중학교 시절에 다른 활동들로 인해 자녀의 성적이 저하될까를 걱정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대입을 위한 공부가 부족해질까 봐서다. 하지만 다음의 교육제도를 보면 자유학기제와 대학입시가 전혀 별개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2. 비중이 커지는 대학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전 세계에서 대학경쟁력이 가장 높은 나라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스탠포드 등 유명 대학들이 있는 미국을 내세운다. 유럽마저 벤치마킹 하려는 미국 대학교들의 경쟁력은 지난 80년 이상 이어져오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도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도는 성적뿐만 아니라 학생의 다양한 능력을 고려하여 선발한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공부는 조금 부족하지만 창의적인 아이, 지도자가 될 아이, 한 가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 등 다양한 인재를 뽑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입학사정관제도를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 2015학년도 입시부터는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이름 하에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한양대학교는 2015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에서 850명을 수능최저기준 없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고, 그 외 많은 대학교들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 모집인원을 대폭 확대했다.
3. 학생부종합전형, 진로가 명확해야 한다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들이 제출한 서류에서 진로연관성을 가장 눈여겨본다. 지원한 학생이 진로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열정이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자신의 꿈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해 주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특히 ‘왜 그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열정이 글과 말에서 드러나야 한다.
그렇다면 학생부종합전형은 왜 이렇게 진로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일까? 우선, 그 동안의 대학의 상황을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 동안 명문대 물리학과에 가보면 물리에 관심 없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물리의 적성을 키워주는 입시가 아니었다. 깊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외우고, 문제를 푸는 것에 더 익숙하게 가르쳐 왔다. 그러니 물리가 얼마나 멋지고 재미있는 과목인지 중고등 수업시간만으로는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대부분 초•중등학생들 중에 공부를 잘하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을 꿈꿔야 하는 것으로 사회적 세뇌를 당해 왔기 때문에 수학을 잘하는 아이는 물리를 생각하기도 전에 의사의 꿈을 가지고 자라왔을 확률이 높다.
이런 아이들이 고1때도 의대를 목표로 공부를 했기 때문에, 물리 보다는 생물과 화학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공부는 잘하지만 고 3때 의대 갈 성적까지는 안 나오니, 명문대 자연과학부에 합격하게 된다. 출신 고등학교에 명문대 들어갔다는 플래카드는 붙었을지 모르지만 아이는 만족스럽지 않다. 엄마도 여기저기 의대 간다고 자랑해 놓은 상태인데, 의대를 못 가서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상황은 1년 뒤가 더 심각하다. 이 아이는 일학년 내내 비싼 등록금 내고 다니지만, 머릿속은 복잡하다. 재수를 할까? 반수를 할까? 편입을 할까? 경영을 부전공해야 할까? 의학전문대학원 준비해서 가야 하나? 고민하느라 학점이 좋을 수가 없다. 현재 자연과학부는 대체로 2학년 올라갈 때 세부 전공을 정하게 되어 있다. 이 학생은 2학년 올라갈 때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화학과 가려고 1지망을 내지만, 다른 학생들도 같은 생각으로 화학과에 몰리게 된다. 대부분 다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성적에 밀려 물리과에 강제 배정된 아이들이 많다.
이 학생은 비싼 등록금 내고 명문대 물리학과에 다니지만 경영 부전공하겠다, 고시 준비하겠다, 공무원 준비 하겠다 하면서 아까운 청춘을 흘러 보내게 된다.
명문대 철학과도 예외는 아니다. 명문대 철학과 교수들의 소원은 철학과에 철학을 하는 아이들 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해 상위권 대학에 갈 성적은 되지만, 상경계 갈 성적이 안 되는 아이들이 철학부에 강제 배정 된 순간, 이 아이들은 신림동 고시촌으로 달려간다.
교수들은 철학의 세계에 흠뻑 빠져서 함께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을 뽑고 싶다. 교수들은 철학과에 만족하면서 다니는 아이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남의 떡만 커 보이고 정작 자신이 지원한 과에는 시큰둥한 이런 아이들이 많은 이상, 십 년 뒤 그 아이들이 진출한 사회 경쟁력은 심각하게 약화될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바로 이런 아이들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의대 노리다가 성적이 안 돼서 물리학과에 온 아이들 말고, 조금 점수는 낮지만 물리를 좋아해 흠뻑 빠져서 공부하는 아이를 뽑겠다는 것이다. 상경계 가고 싶었는데 점수가 안돼서 철학과에 가는 아이들 말고 철학이 좋아서 철학과에 오는 아이들을 뽑겠다는 것이다. “우리 학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높은 아이를 찾아서 뽑겠다.” 이것이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인 것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앞에서 말했던 자유학기제와 대학입시의 연관성을 설명해볼 수 있다.
자, 여기까지만 읽었더라도 자유학기제와 대학입시의 연관성을 눈치챘겠지만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4. 직접 입학사정관이 되어보자
열정과 애정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추상적인 개념을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학생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다. “우리 물리학과에 열정과 애정이 있는가?”란 질문에 “네”라는 질문이 나오면 그 학생을 뽑으면 간단하다. 하지만 학생들의 대답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기에 다음과 같은 기본 프레임을 통해 선발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지원한 학과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평가하는 제도이다. 그래서 열정과 애정을 평가해야 하는데, 이 전형에 지원한 사람도, 입학사정관도 불안전한 인간이다 보니 추상적인 열정과 애정을 평가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누가 봐도 열정과 애정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를 제출하면, 그 자료를 통해 보통사람의 시선으로 상식선에서 추정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면, 또 거짓 자료가 난무할 수 있으니 반드시 공인된 자료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학교생활기록부, 학생들을 계속 봐 온 교사들의 추천서, 공인된 자료는 아니지만 학생들의 각오에 대해 들어보고자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중요 평가자료의 하나로 활용한다.
공인된 자료를 오해해서 빵빵한 스펙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불안해하는 부모들이 있다. 그래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전면 실시하면 교육비가 많이 들것이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 전형의 중요 목적 중 하나는 교육비를 억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외수상경력은 인정하지 않고, 교내수상경력만 인정하는 등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놓고 있다.
자, 그렇다면 위와 같은 기준들을 통해 직접 물리학과 입학사정관이 되어 학생을 선발해보자.
내가 물리학 교수라면 일단 물리과에서 4년간 딴 짓 안하고 물리의 세계에 빠져 볼만한 아이들을 뽑겠다 라는 마음이 기본 전제가 될 것이다. 여기 학생 A와 학생 B가 있다고 해보자. A와 B중 딱 한 명을 뽑아야 한다. 학생A의 학생부 자료를 물리과의 시선으로 재배치해보자. 물리과를 지원했음에도 3년간 줄기차게 수학, 물리보다 영어, 국어 성적이 더 높다. 반면 B는 3년간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과 과학 성적이 더 높다. 누가 더 물리학과에 적합한 가를 생각해보면, 상식선에서 B학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B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자, A가 “저는 정말 물리과 가고 싶은데 시험 보면 영어, 국어가 잘 나옵니다.” 라고 항의한다. 진위여부는 알 수 없지만 물리 성적이 나쁘지 않으므로 A학생 말도 인정한다. 이번에는 생활기록부의 활동을 서로 비교해 본다.
A는 방송반 활동을 열심히 했고, B는 과학탐구반활동을 열심히 했다. 당연히 B가 더 물리에 애정이 있어 보인다. B에게 높은 점수를 주자, A학생이 “선생님은 아바타라는 영화도 안 보셨나요? 제임스 카메론도 물리과 전공해서 어비스, 타이타닉 등 첨단기술 사용한 영화를 만들었어요. 제가 방송반 활동을 한 이유는 물리 다큐멘터리 만드는 게 꿈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항의한다. A학생의 말도 맞는 말이기 때문에 다음 자료를 비교한다.
A학생은 때만 되면 요양원과 불우한 시설을 돌아다니며 봉사활동을 열심히 했다. 꾸준히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보아서 봉사의 질도 높아 보인다. 반면 B학생은 과학탐구반에서 지자체에서 여는 과학 축전 등에 참여해서 자원봉사를 열심히 했고, 저소득층 아이들 대상으로 과학탐구반에서 봉사활동도 했다. B학생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했고 봉사의 질도 높아 보였다. 물리학과의 시선으로 봤을 때 객관적으로 B학생의 봉사활동이 물리학과 학생으로 적합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학생들이 제출한 공인된 자료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상식선에서 결정하면, 누구를 합격시켜야 할 지가 명확해진다.
이러한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한 밑바탕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전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분야에 관심 있는 지를 미리 파악하고 그에 알맞은 활동들을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하는 것이다.
Ⅱ. 행복한 진로설정
1. 진로지도의 핵심, 적성파악과 진로설계
이제 자유학기제와 학생부종합전형 등 제도적인 부분에서 벗어나, 자녀의 진로지도에 대한 전반적인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내 아이의 진로지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적성파악, 둘째 진로설계이다. 즉, 우리 아이 적성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 그 적성이 사회의 어느 분야에서 발휘 될 수 있는지 진로를 설계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적성파악의 단계로 우리 아이의 적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구체적인 도달경로와 실행해 가는 진로설계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한국 교육은 아쉽게도 초•중•고가 다 분리돼 있다. 초등학교 때 파악한 적성이 중학교에 제대로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 다시 진로지도를 해야 한다. 매번 나의 이해, 성격 알아보기 등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시간 낭비만 하고, 내 아이 적성도 잘 찾지 못한 채 학창시절을 다 흘러 보내게 된다. 그러므로 내 아이의 적성파악과 진로설계에 대해 부모가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2. 내 아이 적성 파악하는 방법
우선, 초•중학교 시절에는 적성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적성이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능력과 성향들이 후천적으로 개발되는 능력과 외부환경에 의해 성격적 성향으로 굳어지는 것을 말한다. 적성을 파악하라는 것은 어느 특정 직업을 선택하라는 말이 아니다. ‘이 적성에는 이러한 성향의 일을 잘할 수 있다.’ 정도로 큰 틀에서 파악하면 된다.
부모님들은 “인생 살다 보니 성격도 바뀌던데요.” 라고 말하며 적성파악을 중요시 여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사실 성격이 바뀐 게 아니라 흥미가 바뀐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성격은 바뀌고 맞춰지는 것이니 일단 하기 싫어도 하는 거야. 이 일을 직업으로 하고 좋아하는 건 취미로 해라.” 라고 강요한다. 여기서 인생의 비극이 시작된다.
커가면서 흥미는 변할 수 있으나 굳어진 성격적 성향들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혼자서 차분하게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클래식을 듣다가 팝음악을 듣는 것은 ‘흥미’가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음악을 듣는 정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축구와 같이 여러 명이 어울려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스포츠를 좋아하게 되었다면, 이는 성격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3. 내 아이의 적성을 파악하는 법
우리 아이가 잘하는 분야에서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우리 아이 적성부터 파악해야 한다. 적성을 파악하는 방법에는 크게 3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아이의 적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이것저것 해봐야 무엇에 관심이 더 가는지, 관심이 간 것을 실제 해보니 결과는 어땠고, 느낌은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아이가 흥미 있어 하는 것은 경험을 직접 해보는 것이 좋다. 경험을 막상 해보면 단순히 피상적으로만 좋아했던 것일 수도 있고, 직접 해보니 생각한 것보다 더 재미있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해봤더니 어떤 것은 노력에 비해서 결과가 좋은 것도 있고, 어떤 것은 대단히 좋아하긴 하지만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은 것도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좋아하면서도 잘하는 것을 하나씩 찾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실행을 해보지 않으면 진짜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것에 대한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체험활동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최근 학교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이라는 이름 하에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기를 권장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두 번째, 전문교육을 받은 상담자와의 면담이나 멘토링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엄마가 내성적인 사람은 자신보다 조금 더 활발한 자녀를 보고는 대단히 활달하고 사회성 좋은 아이라고 판단을 하고 그것에 맞는 진로를 설계한다. 하지만 경험이 많은 전문 상담가는 그 아이는 전체 아이들의 평균에 비해 오히려 더 내성적인 아이라고 진단할 수도 있다. 요즘은 아이가 많아 봐야 2~3명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부모와 견주어 성향을 추정하지만 경험 많은 상담가는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객관화시킬 수 있고 다양한 정보를 주며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 그 동안은 학교에 진로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에 막상 상담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최근 정부가 진로진학상담교사를 양성하여 배치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세 번째, 적성검사를 해 보는 것이다. 적성검사는 아이들의 대략적인 적성구조를 파악하고 범위를 많이 좁혀주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적성검사는 아이의 적성을 파악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적성검사를 할 때는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아이가 적성검사를 할 때 반드시 성심 성의껏 솔직하게 답을 해야만 한다. “적성검사 안 맞는데요.” 라고 했을 때는 대체로 적성검사 자체의 문제보다는 적성검사에 제대로 임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그냥 형식적으로 적성검사를 하는 학교가 의외로 많다. 아이들은 자신의 적성을 파악하기 위해 진지하게 답하는 것이 아니라, 건성으로 체크한다. 학교는 습관적으로 1교시 아이큐검사, 2교시 적성 검사를 실시한다. 아이들은 무슨 검사인지도 모르고 그냥 검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우선 적성검사를 하기 전에 임팩트있는 동기부여 강연을 듣는 것이 좋다. 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끼면 아이들도 검사에 열심히 임하게 되고, 정확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초등학교 고학년이상부터는 적성검사를 일 년에 한번 정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꾸준히 적성검사를 해서 그 결과의 추이를 지켜보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나라에서 하는 무료 검사든 기관에서 하는 유료검사든 어느 것이든 상관이 없다. 해마다 아이의 관심과 선호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있게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이렇게 꾸준히 쌓인 적성검사 자료가 한 곳으로 꾸준히 일치한다면 의외로 아이의 꿈을 정하는 게 쉬워진다. 아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별로 변하지 않고 한 곳을 향하기 때문에 그 꿈을 향해 노력하면 된다.
반면, 매년 적성검사마다 다른 성향을 보인다며, 이 아이는 외부 자극은 많으나 그 자극을 내부적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럴 때는 어느 한 시점에서 진로설계를 하면 오류를 범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체험활동의 결과를 가지고 전문교육을 받은 상담자와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중요하다.
초 중학교 시기는 아직 적성이 유동적일 수 있으므로 좋은 습관을 길러 주고, 어떤 꿈이든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중3, 고1 정도가 되면 적성파악이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
이때까지 해 놓은 적성파악을 기반으로 고등학교 선택을 하면, 고등학교 이후부터는 적성이 잘 변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실제로 고등학생 적성검사를 진지하게만 하면 고 1, 2, 3 결과가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므로 고등학교는 아이를 변화시키려 하기 보다는 어떻게 굳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적성을 파악했다면 “단점 가지고 달라져라”라고 하지 말고 장점이 어떤 분야에서 발휘될 수 있는지 알아보자. 그리고 아이가 가진 장점의 분야에서 최고에 도달할 수 있는 설계를 해 주어야 한다.
4. 좋아하면서 잘하는 것을 찾아라
적성을 파악해 진로를 설계한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것을 찾아 설계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좋아하면서 잘하는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 두 가지를 대립되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좋아하는 걸 택하면 잘하지 못하고, 잘하는 것을 하면 좋아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어떻게 너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사느냐? 좋아하는 건 취미로 하고, 잘하는 것 해라.” 이것이 바로 부모님들의 고정관념이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어떤 꼬마가 남들은 뽀로로 인형을 좋아하는데 비행기 인형을 좋아한다. 그러면 부모는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 비행기를 사주게 되는데, 이때 두 부류의 아이로 나뉜다. 비행기에 질려서 다른 것에 관심을 갖는 아이, 이런 아이는 비행기를 단순 선호한 경우이다.
또 다른 아이는 비행기를 자꾸 사줘도 계속 비행기를 좋아한다. 이러한 경우를 집착까지 형성된 선호라고 부른다. 비행기를 좋아하는 이 아이는 초등학교에서 학교 행사인 모형항공기 대회에서 작은 상이라도 받게 되면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된다. 당연히 더 비행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중학교 가면 인터넷의 ‘항공기를 사랑하는 카페’에 가입해 자신과 취미가 같은 친구들을 만나 정보를 교환한다. 엄마에게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엄마, 저건 F117이야”하면서 자신의 전문지식을 뽐낸다. 아이는 이대로 선호가 굳어지면 인문계고를 택하고 고1때 이과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과를 택하고 나서도 이 학생은 고민을 한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비행기 자체에 대한 관심인가, 아니면 비행기 조종에 관심이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비행기 조종에 관심이 있다면 그 학생은 공군사관학교나 일반대학의 항공학과 등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런데 비행기 조종이 아니라 비행기 자체에 관심이 많은 것이라면 고3때 항공우주공학과나 기계공학과를 목표로 할 가능성이 높다. 대학 들어가서도 비행기에 대한 선호가 사라지지 않으면 ‘대학원갈까? 취직할까?’ 고민을 하다가 취직하기로 결정을 하고, 대한항공, 금호아시아나항공,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자신이 선호하는 분야의 회사들에 우선적으로 지원하게 될 것이다. 선호를 쭉 유지하고 살렸을 때는 이처럼 산업분야를 결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 회사들 안에 들어가 보면 재무, 인사, 회계, 마케팅, 생산, 제조, IT 등 여러 가지 직무가 존재하게 되는 데 어떤 직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가 바로 잘하는 것에 해당이 되는 것이다. 항공이란 산업을 좋아하고, 마케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 학생은 ‘항공분야의 마케터’라는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5. 진로지도 시 주의할 점
마지막으로, 부모가 아이들의 진로지도를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들에 대해 알아보겠다.
가. 성적이 오를 것을 전제로 하지 마라
진로지도를 할 때는 현재의 상태를 기준으로 진로지도를 해야 한다. 현재 아이 성적이 별로 좋지 않은데, 아이의 적성이 의사에 맞는다고 해서 진로설계를 의사로 정하면, 아이는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좌절하게 된다. 학교에서 학부모 초청강연을 할 때도 비슷한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성공한 변호사, 의사인 부모를 강연자로 초청하는데, 상당수의 아이들이 ‘저 강의는 나랑 상관없다’ 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해서 성적을 올리면 되는데 왜 미리 좌절하느냐’고 말하는 것은 진로교육에는 위반되는 것이다.
진로지도를 할 때는 현재 성적을 기반으로 진로설계를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성적이 오르면 좋지만 현재 지금 성적이 그대로 유지됐을 때 우리 아이의 다른 특성까지 고려해 도달 가능한 진로설계를 짜는 것, 이것이 진로설계의 중요한 원칙이다. 특히 고등학교 이후의 아이들에게는 자꾸 바뀌길 바라지 말고, 현재 상황에 맞게 진로설계를 하자. 만약 아이가 성적이 오르면 그때 진로를 수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자.
나. 더 이상 안정적인 직업은 없다고 생각하라
자격증에 의한 안정적인 직업은 더 이상 없다. 올해 초 우리나라 사법연수원 수료생 중 절반도 되지 않는 46.8%만이 일자리를 가졌다. 이와 함께 문을 닫는 변호사 사무실과 병원이 늘고 있는 현 상황은 이제 한국 사회에서 직업의 안정성이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격증 제도가 점차로 개발 도상국형에서 선진국형 자격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우리아이들이 진로를 선택하는 데도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부모들이 좋아하는 의사, 변호사, 한의사 등이 더 이상 장밋빛 인생을 보장해 주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다.
사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국가가 노동시장에 강제로 개입해서 일부 직업에서 직업의 안정성을 가지고 돈을 잘 벌 수 있게 해 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본적인 자격증을 갖추면 다른 직업들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다. 상위권은 적성이, 하위권은 학과가 발목을 잡는다.
상위권은 공부는 잘해서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분야가 아이의 적성이 아니면, 그 분야에서 성공하기는 어렵다. 아이가 학업 성취가 뛰어나다면 직업도달에만 신경 쓰지 말고 그 직업이 아이와 잘 맞는지 적성도 세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반면, 하위권은 반드시 자신만의 전문분야가 있어야 한다. 하위권 아이들이 경영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잘못된 선택이다. 경영학은 스페셜리스트라기 보다는 제너럴리스트를 키우는 학과이다. 그러므로 사회는 같은 경영학과라면 명문대 나온 아이들을 선호한다. 따라서 하위권 아이들이 경영학과를 택하면 특별한 장점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외국어나, 컴퓨터 등을 선택해 자신만의 특별한 무기를 만드는 것이 훨씬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라. 힘들어도 행복하면 성공한 진로다
부모가 보기에 힘든 일이라도 아이가 원한다면 아이를 격려해 주고, 지원해 주어야 한다.
부모가 보기에 힘든 것이지, 아이가 행복해 하고 보람을 느끼면 그게 바로 성공한 진로이다. 만약 아이가 심성이 착해서 봉사하며 살겠다고 하면 부모는 걱정이 태산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 아이의 꿈을 인정하되 부모가 신경 써줄 일은 행복한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가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줘야 한다. 꿈을 이룬다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진로교육에 대해 교육제도부터 지도법까지 다양하게 알아보았다. 이 글을 통해 좁게는 대학 입시, 넓게는 자녀 진로교육 전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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