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9.01.07] 성적이 상위 15% 내에 못 들 바엔…
성적이 상위 15% 내에 못 들 바엔…
외국어 공부에 몰입하는 편이 좋다?
조진표 와이즈멘토(www.wisementor.co.kr) 대표
Q: 성적이 중간 정도 되는 중 3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최근 아이의 학교 학부모 모임에 다녀왔는데 “성적이 상위 15% 내에 들지 못하면 차라리 외국어 공부에 몰두하는 게 낫다”, “현실적으로 자녀가 중위권 이하면 유학 준비나, 외국어 교육에 올인해야 한다”고 인터넷 유명 논객이 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 주변을 봐도 너도 나도 대학생이 되지만, 변변하게 취업을 제대로 하기도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현재 성적 수준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외국어공부에 몰입하는 것도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A: 지난해 발표된 대한민국의 대학 진학률을 보면 84%를 육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고학력 사회로 접어들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고등교육 강국’의 타이틀이 자랑스럽기만 한 것인지 따져보면, 속사정은 그렇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고학력자의 양산은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해 600만~1,00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을 내면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 구직자들 입장에서는 첫 직장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한 취업 준비생 수도 늘고 있지만, 해당 관문을 통과하는 비율은 오히려 하락 추세입니다.
더욱이 세계적인 경기 불황이 국내 실물경제에 본격적인 여파를 미치면서 수많은 대학 졸업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로 전락할 마당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나라 대학들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현실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의 대학 경쟁력은 전 세계 대학 평가 결과가 공개될 때마다 가십거리가 되곤 하는데 국내 최고 대학으로 손꼽히는 곳조차 50위대에 턱걸이를 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한국 대학들이 세계 최고에 도달한 분야가 있는데, 바로 등록금 수준입니다. 미국과 일본, 한국의 유명 사립대학의 등록금을 비교한 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미국이 가장 높고, 한국이 일본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 조차도 명목등록금 상의 얘기로, 장학금, 수업료 면제 혜택, 보조금 지급을 포함해 비교한 실질수업료는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높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등록금을 내고, 질 낮은 대학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문이 나오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들이 상위권대학과 유사한 학과를 보유하고 있고 교육과정도 비슷해 정작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특히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많이 진학하는 대학의 경우 졸업 때에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특화된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그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실업자로 내몰리는 형국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입시경쟁의 이면을 보면 대학들이 차별성이 없고, 경쟁력이 없기에 그나마 조금 나아보이는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많은 사교육비를 쓰거나, 차라리 해외로 떠나버리는 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같은 현실이라면 학부모들은 투자 대비 효과 측면에서 접근을 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대학진학은 자녀를 위해 4년간 5,000만~6,000만원을 가져가는 교육비의 최대투자처입니다.
그런 까닭에 백수를 만드는 학교에 무조건 진학을 시킬 것이 아니라 우리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서 그 대학이 과연 무엇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를 충분히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경쟁력 없는 대학에 보내느니 차라리 젊은 시절 그 비용을 가지고 넓은 세상을 체험해보게 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이 OECD국가에서도 최상위권에 도달하기 때문에 예전과 달리 그 정도 돈이면 공부할 수 있는 해외대학이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내 대학들 중에서도 ‘숨어있는 진주’가 많이 있습니다.
기존의 대학 평판이나 인지도에 머물기 보다는 자기 강점을 살린 특화프로그램을 잘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을 잘 추려내기 위해 평소 꾸준히 대학 및 유망직업 정보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보시길 권합니다.
<2009-01-07 한국일보 게재>
<관련링크>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0901/h200901070238352202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