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8.12.31] 영화감독 되기위해선 어느 대학·학과?

 

영화감독 되기위해선 어느 대학·학과?
한예종·영화아카데미 등 대표적… 방송국 PD·CF감독부터 하기도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

Q: 곧 고등학생이 되는 남학생입니다. 제 꿈은 영화감독입니다. 부모님은 영화감독이 될 때까지 너무 고생스럽다고 말리십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한 번도 이 꿈이 바뀐 적이 없습니다. 제 유일한 꿈이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대학, 학과에 가야하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A: 영화감독은 영상매체의 시대에 자신만의 시각과 철학이 담긴 창작활동을 통해 대중과 호흡한다는 점에서 아주 매력적인 직업 중 하나인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학생의 부모님 말씀대로 우리 사회의 일반적 시각으로 볼 때 직업적 안정성이 높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영화감독은 예술적 열정과 창작의지가 남달라야 직업적인 성공이 가능하다는 것은 늘 염두에 둬야 합니다.

영화감독이 되기 위한 뚜렷한 진학 경로가 있다고 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일반 직장인처럼 어디에 소속돼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어느 학교, 학과의 졸업장을 받는다고 영화감독직을 보장해주지도 않습니다.

출신학교나 전공은 하나의 참고사항일 뿐, 현실의 영화제작 현장에서는 철저히 자신의 재능을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지고, 인정을 얻어 작품의 감독을 맡는 게 일반적인 경로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만 해도 영화감독으로 입봉(첫 영화 연출을 맡는 것)하기 위해서는 영화사제작사의 연출부로 들어가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실무를 배우는 것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유명한 작품들을 남긴 많은 감독들이 이런 경로를 밟아서 입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오랜 기간의 도제식 교육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에는 급여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인 압박으로 영화연출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에는 영화감독이 되는 경로가 더욱 다양해진 게 사실입니다.

그중에 하나가 대학이나 사설기관의 영화연출 전공이나 과정을 이수한 뒤 단편영화 제작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아 장편영화의 감독이 되는 것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이 대표적입니다. 이곳은 기성영화제작과정에 대한 참여 등 적극적인 현장학습으로 비평적 시각과 실무제작 능력을 겸비하도록 교육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국가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학비도 적게 들고 국내의 내로라하는 영화감독들이 강사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영화 교육기관 중에 가장 인정받을 수 있는 곳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로, 해외의 유명영화학교에 입학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북경영화학교, 폴란드국제영화학교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감독을 배출한 영화학교들이 많습니다. 이런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영화작품을 제출해 능력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으며 외국어실력도 길러야 합니다.

이밖에도 방송국 공채를 통해 드라마PD가 된 뒤 감독으로 입봉하는 경로, CF 감독이나 뮤직비디오 연출을 한뒤 실력을 인정받아 감독이 되는 길 등 다양한 길이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영화진흥위원회 부설 영화아카데미같은 전문 교육기관에 들어가서 교육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교육받고 만든 작품이 각종 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주목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봉준호, 박찬욱같은 유명 감독도 대학의 전공은 각각 사회학과 철학이지만 여러 영화제에 출품하면서 점차 주목을 모으면서 지금의 필모그래피(작품목록)를 쌓은 경우입니다.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다양한 경로가 있지만, 스스로 기회를 만들며 찾아다니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기도 해야하므로 영상에 대한 이론적, 실무적 지식 뿐 아니라 인문학적인 소양도 중요합니다.

<2008-12-31 한국일보 게재>

<관련링크>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0812/h200812310304342202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