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8.12.04] 발표력 향상엔 가족 낭독회·선생님 놀이 ‘효과’

 
  초등생 아들 발표력 떨어져…학원 보내야할지

조진표·와이즈멘토 대표

Q: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주부입니다. 최근 담임 선생님과 면담하면서 아이가 다른 사람 앞에서 얘기하거나 발표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남편은 아이 성격을 이대로 두면 사회생활 하는데 지장이 많다며 웅변학원이나 스피치학원을 보내라고 성화입니다. 저는 발표력과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굳이 학원까지 다닐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A: 최근 서울 지역에 국제중이 들어서기로 결정되면서 중학교 입학에서부터 구술 면접, 즉 발표 능력이 중요해졌습니다. 외국어고, 자립형사립고 등 특수목적고 진학을 위해서는 발표력이 필수입니다.

설령 특목고에 다니지 않더라도 대학입시에서 구술 면접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또 입시, 진학 등 학력 증진을 위한 목적은 아니지만 배움의 과정이나 사회생활에서 발표ㆍ토론 능력은 활용도가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문제는 자녀를 단시일 내에 ‘말 잘하는 아이’로 만들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발표를 잘 하려면 논리적 사고력과 유년기부터 쌓아온 자신감, 자아존중감 등이 바탕이 돼야 합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은 후천적인 배양이 가능하지만, 자신감을 키우는 일은 만만치 않은 과제입니다. 단순히 “넌 할 수 있어. 자신감을 가져”라는 말 한마디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부모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오히려 부모의 태도 때문에 자녀의 자신감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과잉보호, 무관심, 완벽주의, 비난과 비판, 신경질 등이 그런 것들입니다.

특히 대화를 나눌 때 아이의 말을 무시하거나 갑자기 화를 내는 등의 반응은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주 원인입니다. 자녀는 부모의 행동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기도 합니다. 어머니의 자신감이 부족하다면 자녀도 소극적인 성격으로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자녀 지도의 제 1원칙은 꾸준한 관심입니다. 발표력은 하루 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닌 만큼 자녀의 생활 태도나 독서 습관 등을 점검하며 조금씩 개선해 나가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학원 수강 여부도 이 같은 원칙의 연장선상에서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 자녀의 성격에 따라 지도 방법에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성격이 활달한 아이는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자세는 좋지만 생각을 정리해 조리있게 말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말을 많이 하는 만큼 실수도 잦고,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행동으로 핀잔을 받기 쉽습니다.

이럴 때는 먼저 다른 사람의 말을 주의깊게 듣는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줄거리를 요약하거나 내용을 토대로 대화를 하는 활동은 듣기에 집중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녹음기를 활용하면 자신의 말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 지를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거꾸로 내성적인 아이들은 충분히 생각하지만 수줍음이 많아 겉으로 표현하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부모 이외에 타인과 접촉할 기회를 자주 가지면서 대화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심을 서서히 줄여 나가야 합니다. 특히 자녀의 말을 끊거나 의견을 비난하는 행동은 절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또 정기적으로 가족들이 모여 각자 읽은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에 대해 의견을 나누거나 자녀가 공부한 부분을 부모에게 설명하도록하는 선생님 놀이도 대화의 기술을 향상시키는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2008-12-4 한국일보 게재>

<관련링크>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0812/h200812030304462202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