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8.11.12] 관리형 교육시스템이 바람직
내성적인 중2 아들 유학생활 적응 못하는데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
Q:8월 중학교 2학년 둘째아이를 1년 코스의 캐나다 단기 유학 프로그램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3개월도 채 안 돼 재미도 없고 우울하다며 돌아오고 싶다고 합니다.
고 2인 첫째 아이는 활달하게 외국 친구들과 금방 친해져 영어실력도 부쩍 늘고, 국내에 돌아와서도 무리 없이 잘 지내고 있는데, 작은 아이는 지나치게 내향적인 성격 때문인지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돌아오게 해야 할지 걱정이 됩니다.
A: 학습 능력과 상관없이 유학에 잘 적응해서 성공적인 유학생활을 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고생은 고생대로, 돈은 돈대로 낭비하면서 유학 실패를 경험하는 학생도 적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유학 생활을 위해서는 경제력, 지역적 특징, 각 학교 고유의 특징 등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이 뒷받침 되어야 하지만, 그보다 기본적인 것이 학생의 성격적인 요인입니다.
유학을 떠나는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는 영어로 대표되는 외국어의 습득입니다. 문법, 단어 능력의 향상이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듯’ 실제 생활 속에서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가는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독립적이고 수용적인 성향을 보이는 ‘내향형’보다는 사교적이고 표현적인 성향인 ‘외향형’이 성공적인 유학생활을 위해서는 더 유리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교육 시스템과 연관 지어 생각하면 더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학교수업은 우리나라와 달리 토론과 발표수업을 중심으로 하는 수업이 주가 됩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언제나 학생들을 도울 준비가 돼 있지만 이는 스스로 필요한 것을 표현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입니다.
유학생이라고 해서 각별히 신경써주는 누군가가 없다면 상대적으로 내향형 아이들은 일상적인 생활을 비롯해 학교 수업에서도 소외되기가 쉬운 유형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향형 아이들이 유학 생활을 하기에 부적합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내향형 아이들에게 맞는 환경만 적절하게 조성 된다면 이 아이들도 유학 생활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관계지향형 대 과제지향형’ 유형으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과제지향형이란 상대적으로 과제나 일 중심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유형을 말합니다.
관계지향적인 사람은 상대적으로 관계나 사람 중심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유형입니다. 내향과 외향을 가를 때와는 달리, 이 기준으로는 어느 유형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으며, 각각의 장단점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계지향적인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중시하고 사교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언어능력을 개발하는 데에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정에 이끌려 쉽게 주위 사람들에게 휩쓸려 다니는 성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관계를 중요시하되 스스로의 일은 알아서 처리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주는 게 필요합니다.
과제지향의 경우 언어능력의 향상보다는 미국 교육 시스템 하에서의 학업성취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습니다. 미국의 학교 교육은 기본적으로 ‘스스로 찾아서 하는’ 역량을 중요시 하고 자신이 수행한 일에 대해 냉정한 평가가 내려집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와 달리 인간적인 온정에 연연하지 않는 미국식 교육의 적응은 과제지향의 학생들이 빠릅니다.
지금까지 살펴 본 성격 유형을 종합해보면 다음처럼 네 가지로 분류가 가능한데, 질의하신 자녀의 경우 내향-관계지향형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유형의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유학생활에 많은 약점과 스트레스를 보일 수 있어 따뜻한 환경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관리형 유학형태가 바람직합니다. 자녀 혼자 단기 유학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은것도 이때문입니다.
<관련링크>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0811/h2008111202482022020.htm